
이병진 더불어민주당(경기 평택을) 의원. / 이병진 의원실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2014년 배우 김부선 씨의 ‘난방열사’ 사태에서 촉발된 ‘난방비 0원’ 논란(본지 3월 14일자 <‘난방열사’ 사태, 10년 만에 재현되나 ☞> 기사 참조)이 매년 겨울 반복되는 가운데,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의원(경기 평택을)은 지난 25일 노후 지역난방 아파트 세대 내 ‘사용시설’ 점검 의무를 공급자에게 명확히 부여하고, 이로 인해 과도한 요금이 발생한 경우 세입자의 부담을 면제하는 내용의 ‘집단에너지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세대 내의 ‘정유량 밸브’ 등 점검이 어려운 시설 관리 책임을 공급자에게 전가해 난방비가 과도하게 부과되더라도 세입자가 요금을 낼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수도권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150만 세대의 고질적 민원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리 사각지대
실제 최근 경기 평택의 한 아파트에선 정유량 밸브 고장으로 200만원 넘는 난방요금이 세입자에게 부과돼 파문이 일었다. 해당 설비는 세대 내부에 설치돼 있어 세입자는 물론, 관리사무소도 점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현행 법령상 지역난방 공급자에게 점검 의무가 있긴 하지만, 세대 내 시설에 대한 명확한 책임 주체가 규정돼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해도 세입자가 직접 고장 여부를 입증하고, 요금 이의신청이나 소송까지 감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지속돼 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공급자에게 점검 의무가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세대 내 정유량 밸브 등 핵심 설비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세입자가 난방비 폭탄을 떠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책임 과중”...반발 거셀 듯
그러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집단에너지 공급업체들은 오래전부터 “세대 내 검침 및 설비 점검은 관리사무소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법안 통과 시 공급자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DS파워. / DS파워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관리 권한도 없는 세대 내부까지 점검해야 하고, 미비 시 요금까지 못 받게 되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여기에 유지관리 비용까지 늘어나 수익구조에 타격이 불가피해진다”고 우려한다.
특히 민간사업자들의 반발은 더 거셀 전망이다. 경기 오산시의 DS파워는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보다 9% 높은 열요금을 부과하고 있어 요금 불균형에 대한 주민 반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투자비 회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설비 점검 주체가 바뀌면, 공급사 입장에서는 인력 확보부터 보험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공기업과 달리 민간은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들은?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입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작지 않다.
먼저, ‘요금폭탄’ 불만이 해소된다. 현재는 설비 고장으로 난방비가 과도하게 부과돼도 입주민이 문제를 입증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공급자 책임이 명시됨에 따라 불합리한 요금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또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간 분쟁도 줄어든다. 그동안 “세대 내부 설비는 점검 불가”를 주장하는 관리사무소와 “누구든 책임지고 점검했어야 한다”는 입주민 사이의 갈등 구조가 명확한 법적 책임 주체 설정을 통해 정리될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설비 혁신 촉진도 기대된다. 공급자들이 점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계량기나 원격 검침 시스템 등 자동화 기술을 조기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체 열요금 구조의 투명성과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안이 10년 넘게 이어진 ‘난방비 0원’ 논란을 끝낼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업계 반발에 부딪혀 좌초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