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업타당성 재조사 통해 외부자원 활용으로 변경
필요성 있으나 재정투자 불가…서울에너지공사 강력 반발
서울에너지공사 노동조합이 서울시투자기관 노동조합협의회가 연대해 개최한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마곡열병합 사업권 매각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 : 노동과세계)
서울에너지공사의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핵심사업인 마곡 열병합발전소 독자 건설·운영이 사실상 좌절됐기 때문이다. 사장이 사표를 던진 것은 물론 일부에선 매각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마곡지역 열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서남 집단에너지 건설 2단계 사업을 기존의 직접적인 재정투입 방식이 아닌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경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남권 2단계 사업의 핵심은 285MW 규모의 열병합발전소 건설이다.
마곡열병합은 강서구 마곡지역 7만여 가구의 열공급을 위해 허가를 받은 후 2022년 건설공사를 위한 사업자 선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발전설비 및 공사비 상승으로 6차례에 걸쳐 입찰이 유찰된 것은 물론 수의계약으로 선정된 업체까지 참여를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3528억원으로 책정됐던 총사업비가 2021년 기본설계 및 타당성검토 과정에서 4683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입찰이 무산된 후 사업비를 재산정한 결과 5291억원으로 또다시 증가하는 등 사업비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마곡열병합 건설이 계속 지연되자 지난해 8월 시는 사업추진의 타당성 및 경제성, 사업비 규모, 대안 등에 대한 재검토를 서울연구원에 맡겨 사업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했다. 재조사 결과 서남권역의 안정적인 열공급을 위해 열병합발전소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존 사업방식은 수익성이 부족하고, 재원조달과정에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너지공사가 2022년 1254억원, 2023년 649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융자(단기차입금)를 받아 겨우 유지되는 실정이라는 점과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사업비 증가가 우려된다는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출자 등 추가재정 투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계획을 바꿨다.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외부 전문기관과의 연구용역을 거쳐 올 하반기 최종 결정키로 했다.
서울에너지공사의 재정상태를 감안할 때 독자적인 사업추진 가능성이 높지 않아 사업방식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결론낸 것이다. 대안으로는 최근 발전자회사와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협업하는 사례와 함께 인근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운영하는 대규모 열병합발전소에서 열을 공급받는 사업모델 등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마곡열병합 건설에 대해 외부자원 활용 및 협업에 나서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서울에너지공사의 독자적인 열병합발전소 건설 및 운영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외부사업자에 발전사업을 맡기고, 공사는 열만 공급받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난+중부·남부발전의 세종열병합, 안산도시개발+남동발전의 송산그린시티, 나래에너지서비스+서부발전의 왕숙신도시 처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시는 협력대상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발전자회사 등 공기업은 물론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업까지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무게중심이 낮지만 집단에너지사업 매각까지 검토대상에 올리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서울시의 이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서울에너지공사는 즉각 반발했다. 먼저 이승현 사장이 11일 사표를 낸 후 현재까지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곡열병합 건설이 불발된 것에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는 19일, 이 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노조 역시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와 함께 1인 시위를 펼치는 등 강력한 투쟁에 돌입했다. 친환경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최초 결정한 오세훈 시장이 짜맞추기 용역을 통해 정책을 뒤집고, 사업권까지 매각하겠다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시의 정책 변경은 허가권이 필요한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줌과 동시에 주민에게 돌아갈 에너지복지 감소와 요금인상이라는 폭탄을 안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곤 서울에너지공사 노조위원장은 “사업성이 없다면서 민간에 넘기겠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맞는 얘기”라며 “유일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마곡열병합을 민자로 넘기면 공사는 얼마 못가 목말라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속했던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발전사업권을 파는 것은 결국 마곡사업을 시작으로 공사 전체를 민영화하겠다는 의도”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너지공사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시청 인근에서 서울시의 마곡사업 변경계획 철회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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