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마저 수주 포기…서울시 “물가 조사 및 의견 수렴 나설 것”
[e대한경제=김진후 기자] 원자잿값 폭등 여파가 에너지시설 분야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전력과 난방열을 공급하는 서남집단에너지시설 사업자 선정이 발주처와 입찰 건설사 간 가격 협상 끝에 또다시 재공고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열린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공사 입찰에 단독 응찰했던 DL이앤씨 컨소시엄(DL이앤씨 85%, 두산중공업 15%)이 지난주 진행한 수의계약 전환 협상에서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DL이앤씨팀이 수의계약을 포기하면 이번 사업은 3번 연속 유찰된다.
DL이앤씨팀이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과 2월 공고 당시에도 책정 예산이 너무 빠듯하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DL이앤씨는 두 차례 공고 모두 단독 응찰하며 사업 참여 의지를 분명했다. 하지만 1개월여 사이 시멘트 가격(1t당 7만880원→9만800원)이 15% 급등하는 등 원자잿값이 치솟으면서 기존 예산 내에서는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공사의 사업비를 총 3811억원 이하로 책정했다. 부문별로 △산업환경 2326억원 △전기 651억원 △통신 149억원 △토목 255억원 △건축 565억원 등이다. 시설에는 285㎿급 열병합발전기 1기와 열전용보일러(PLB) 1기 및 부대설비가 들어선다.
현재 사업비는 지난 2020년 3월 기본설계 용역을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약 2년의 시차가 있다. 2020년 기준 철근 가격은 70만원대에서 현재 104만원으로, 30만원 이상 뛴 상태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앞선 입찰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2차 공고에 설계 보상비(0.7%, 약 27억원)를 반영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도 발전소 건설비용은 1㎿당 100만달러(약 13억원)로, 서남집단에너지시설의 경우 최소한 사업비가 3800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면서,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잿값 상승이 거세지면서 1군 건설사들이 수주한 장기 프로젝트들이 높은 변동성에 노출됐고, 타격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너지공사와 서울시는 다각적인 대안을 검토해 신규 입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달 말까지 사업 방향을 재설정하면 입찰공고는 5월 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달 동안 대상 건설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비 증액의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전망이다. 마곡지구 전력 공급이 시급한 상황에서 증액 후 사업비 재산정 용역과 검증 기간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운전 연료비 지원, 운영비 지원 등을 조정하고 원재료비 상승분 등 물가를 조사해 재반영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남집단에너지시설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전력과 난방열 공급을 위해 강서구 양천로 255 일대에 건설하는 열병합발전소 등 전력시설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서울 서남부 일대의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서남집단에너지시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마곡지구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에 이 지역 전력공급을 담당하던 목동열병합발전소 시설의 50% 상당이 2024년부터 수명을 만료하면서 시급성이 더해졌다. 당장 2024년 이전에 사업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서남부 일대는 전력공급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더구나 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당초 계획보다 10개월가량 늦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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